대한심장혈관영상의학회

Home 지난뉴스레터보기 발행인: 이배영  편집인: 추기석, 강은주, 김진영          News Letter Vol.45

회장님 인사말

겨울, 코로나 19, 그리고 봄

우선 저는 코로나라는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 발만 담그고 구경하던 사람입니다. 이 말은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고생하던 의료진, 질병관리본부, 시민 여러분들에게는 제 애기가 한가한 철없는 애기로 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디 부드러운 마음으로 저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회장으로서의 일정은 서울성모병원에서 1월 9일 심영회 월례집담회를 조촐하게 하고 난 후, 1월 11일 심영회 워크샵을 햇볕이 따뜻한 순천에서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거의 봄과 같은 날씨에 자연 채광으로 환한 회의실에서 화기애애하게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토론을 나누었고 맛있는 한정식으로 마무리 하였죠. 저 개인적으론 미리 와서 구경한 용산전망대에서 본 갈대 밭과 와온해변의 일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1월 19일 첫 코로나 환자가 진단 되었고, 그 후 간헐적으로 환자가 생기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성격대로 별 걱정 없이 지내고 있었죠. 이 당시 저는 2월 1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올해 ASCI 개최 예정지인 베트남 다낭을 사전점검 차 ASCI 회장단과 함께 심영회 회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되는 ASCI 총무의 자격으로 방문을 하게 되었고, 같이 간 동료로는 고대의 용환석 교수님이 ASCI cube 의 담당자로 같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ASCI 의 회장님은 대만의 완 교수님이고 대만의 다른 두 교수님이 같이 점검하러 왔습니다. 2월 1일 도착 당일 베트남은 중국에서 온 모든 항공편을 차단 했습니다. 중국인만 막은 게 아니라 중국에서 온 자국민 및 모든 외국인도 다 못 들어오게 하고 하늘에서 비행기가 돌아 가도록 했죠. 웃긴 게 대만도 같은 중국으로 간주되서 비행편을 차단 하였다는 것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 본토와 대만은 많이 틀린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만에서 온 회장단은 차단 바로 전의 비행기로 와서 입국이 가능해서 저희 및 베트남 조직위원회와 같이 만날 수 있었고, 원래의 목적대로 ASCI cube 및 ASCI 2020 주최 장소인 호이안과 다낭의 시설들과 학회 프로그램을 검토하면서 서로 좋은 의견을 나누었고, 올해 좋은 학회가 될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앞으로의 운명을 모르고 학회 숙소 예정인 호텔 루프탑에서 찍은 남자 두 명의 사진입니다.

대만에서 오신 분들은 다행하게도 귀국 항공기가 있어 무사히 귀국하였고 저희들도 무사히 귀국 하였습니다. 귀국한 후 병원에 출근한 날 갑작스럽게 동남아에서 귀국한 모든 직원들은 2주간 격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갑작스럽게 격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칙상으로는 집에서 자가 격리하여야 하나 제 일을 대신 할 사람이 없고 제가 쓰는 판독실이 3인 정원인데 사람을 못 구해 혼자 쓰고 있는 상황이 겹쳐 판독실 격리라는 이상한 격리가 시작 되었습니다. 이 때 당시 생활을 보면 출근 후 제 판독실에 미리 챙겨져 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혼자 하루 종일 벽만 보고 간혹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북한산을 보면서 2주동안 독방생활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아침으로 샌드위치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었는데 하루 종일 안 움직이니 입맛이 뚝 떨어져서 이틀 만에 아침으로 주는 샌드위치를 아침 점심으로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래도 살은 찌더군요.

격리가 끝난 주말 저 멀리 경북 영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그 당시 김태훈 교수님의 상이 있었고, 저는 강준원 선생님이 모는 차를 임태환 선생님과 같이 편하게 얻어 타고 영주를 갖다 오게 되었습니다. 이 때 장례식장에서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었고, 코로나도 화제로 자연스럽게 애기하게 되었는데, 이 때 당시 코로나 진단은 RT PCR 로 진단이 되고, 정확도가 98% 라는 애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도 참 재테크 재주가 없는 게 이때 당시 바로 해당 주식을 사야 했는데 사지 못한 거 천추의 한 입니다. 같이 애기를 들은 여러 선생님들은 과연 주식을 샀을지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합니다.

그 후 모두가 다 아는 환자인 31번 환자가 있었고, 그 후 대구 경북 지방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코로나 판데믹의 시대가 도래했죠. 그 후 어느 날, 병원에서 대구 경북 방문자는 다시 신고 하라고 하였고, 해당자는 2주 격리한다고 하여 또 다시 격리 해야 하나 했으나, 다행히 기준 날짜가 영주 갔다 온 토요일이 아닌 다음 날 일요일이 기준이라 간신히 격리는 피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심에도 불구하고, 은평성모병원에서 코로나 환자가 생겨 병원이 폐쇄되었습니다. 이 때 코로나 검사를 어떤 식으로 하게 되는 지 알게 되었죠 모든 환자, 보호자, 직원 다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되었고 검사를 할 의사가 당연히 부족하므로 어지간해서는 이런 검사를 안 하는 영상의학과 의사도 다 검체 검사와 선별진료소 근무를 하게 되었고, 저 자신도 방호복을 입고 해당 업무를 수행 하였습니다. 이런 경험은 해 볼만은 하나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 입니다.

그 후 병원은 다시 재개원 하였으나, 예상대로 환자 숫자는 줄어 병원이 한가해지게 되었고,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 출근은 금지 되었습니다. 저 자신도 평상시에는 지하철로 출퇴근 하였으나 코로나 시기에는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여 여러분 모두가 아는 단어 즉 확찐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제 몸 수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상시에는 예약이 워낙 밀려 하기 힘들었던 수면 검사를 하였고, 예상대로 수면 무호흡증이 나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동안 저와 같이 자면서 제 코골이에 시달렸던 여러분들의 넒은 이해를 바랍니다. 그래서 수선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비중격 만곡증 치료에 들어 갔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콧구멍 두 개중 하나로만 숨을 쉬었는데 수술하기로 마음 먹고 수술 전 검사를 하였습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간 수치가 80-90대로 많이 올라가고, 콜레스테롤도 270 대로 올라간 소견 이었습니다 확찐자의 면목이 여실히 들어난 거죠. 사실 코로나 사태 이후 두 달 동안 평상시 보다 활동량이 확 줄었죠. 스마트폰의 만보기를 다시 살펴 보니, 제가 평상시에는 일주일 동안 보통 8만보 정도 걷는데, 이 두 달 동안은 평균 3만보를 걸었더군요. 불과 6개월 전에는 모든 수치가 정상 이었는데,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하여튼 비중격 만곡증 수술은 잘 돼서 현재는 구멍 두 개로 숨을 쉬고 있고, 출퇴근도 대중교통이 허용 되면서 다시 원래의 생활 패턴으로 돌아와서 수술 후 3주 지난 어제 검사를 해보니 간수치는 2-30 정도로 정상으로 돌아오고, 콜레스테롤도 210 정도로 많이 낮아진 소견을 보여 현재 한 시름 놓은 상태입니다. 올 봄은 다른 해보다 약간 추웠죠. 미세먼지는 훨씬 적었고, 요즘도 밖을 쳐다보면 북한산과 남산이 저리 잘 보였나 문득문득 놀라고 있죠.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정 관념도 생활 패턴도 바꿔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판독실 격리 될 때 생각해 보면, 태국에서 환자가 유입 됐다고 병원에서 그리 결정했는데 사실 당시 일본에서는 이미 유입 환자가 있었는데, 일본은 제한하지 하고 태국에서 발생한 건데 모든 동남아 국가를 일괄적으로 제한 한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갖고 있는 편견이 작동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위에 애기한 중국과 대만을 한 통속으로 묶은 것도 마찬가지 구요.

올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꽃구경은 가지 못했습니다. 저도 엉덩이가 가벼운지라 잘 돌아 다니는데 올 한해는 어쩔 수 없었죠. 아마 올 한 해는 외국 학회도 못 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학회 일정도 거의 진행 안되고 일부만 진행이 되겠죠. 워크샵에서 꿈꾸었던 올해의 계획도 모든 것이 꿈이 되었죠. 어찌 보면 회장 임기 2년 중 일년이 거의 날라가게 되었죠. 뭐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고 봅니다. 임원 및 회원 여러분도 이런 한해 보내는 것도 좋은 기회죠. 요즘 같이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국립정신병원의 정신과 의사들이 대거 대구로 차출 되었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 즉 혼자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거 저도 간접경험 했지만 오래 하면 사람들 미쳐 돌아 갑니다. 이런 격리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봄이 돼서 날씨도 아주 좋은데 아주 안 돌아 다닐 수는 없죠 저도 돌아다닌 사진 하나 올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맛있는 거는 먹고 살아야죠 잘 아시는 분이 보일 것입니다.

언제가 될 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원래 생활로 돌아 갈 것입니다. 근데 원래 생활이죠 정상 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어떤 생활이 정상인지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판독실 창문을 통해 너무나도 뚜렷하게 잘 보이는 북한산 바위를 보면서 회원 여러분의 안녕을 빌고, 다시 한 번 저희가 신세를 지고 있는 의료진 여러분에게 손바닥 위에 엄지 척을 올리면서 이 글을 맺겠습니다.

이배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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