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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정정임   편집인: 김정아, 이지원 News Letter Vol.35
 35th Issue (December 2017)
Notice Cellar Atrium

A·T·R·I·U·M

미국에서 다른 삶을 꿈꾸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허진


스탠포드 근처의 조용한 동네인 로스 알토스 (Los Altos)에 처음 도착을 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침대도 없는 빈 공간에서 우리는 처음 미국 생활을 시작을 했다.

아이들도 이제 초등학생들이고 미국연수계획을 너무 늦추면 안될 것 같아서 아내와 함께 이제 준비를 해 볼까 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 2015년 초반이었던 것 같다.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넓은 곳이고 주마다 생활환경 및 인종 등이 달라서 어디를 가고 싶은지를 물어보았다. 아내가 망설임 없이 캘리포니아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근처였으면 좋겠단다. 샌프란시스코라. 우리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신혼여행지로 우리는 2001년에 샌프란시스코로 다녀온 것만으로도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곳을 15년이 지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4식구가 된 우리 가족이 간다는 것이 생각만으로도 기분을 설레게 했다. 그런 설렌 기분으로 그리고 막연한 그 곳에 대한 동경으로 우리의 미국에서 1년 살아보기 위한 계획이 시작이 되었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1년간 살게 될 곳은 로스알토스 (Los Altos)라는 조그마한 소도시의 조그마한 집이었다. 스탠포드대학교로 연수지가 정해지면서 우리의 조건과 맞는 곳을 찾다가 조금 떨어진 남쪽의 도시인 로스 알토스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비지터 (Visitor)나 한국사람들이 적은 곳이었다. 원래는 백인들이 주로 사는 소도시였으나 최근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인도 및 중국인 등의 아시아인들이 많이 유입이 되면서 이 소도시에도 아시아인들의 거주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수령이 몇 백 년 된 나무들이 우거지고 나지막한 단층 집들이 있는 이 곳 동네가 조용하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왠지 아기자기한 이 동네에서 재미나게 일 년간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연수지로 간 스탠포드대학교 (Stanford University)는 2017년에 125주년을 맞이했다. 125년의 역사는 대부분의 미국 주립이나 국립대학교의 역사들에 비하면 짧은 역사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탠포드대학교의 정식적인 법적인 이름은 Leland Stanford Junior University이다. 스탠포드대학교는 1891년 10월1일에 공동설립자인 Jane과 Leland Stanford에 의해서 설립이 되었다. Jane과 Leland Stanford는 자신의 아들이 Typhoid fever로 어린 나이에 죽자 아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하여 스탠포드대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15명의 교수진과 약 400명의 학생으로 시작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명실상부 세계적인 사립명문대학교가 되었으니 그 동안의 발전은 실로 놀랍다. 지금까지 58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학생이나 교수로 Stanford 대학교를 거쳐갔다고 하며 현재 9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11명의 미국 과학상 수상자들이 몸담고 있다고 한다. 대학교 기부금의 규모로는 하버드대학교 (Harvard University)에 이어서 2위라고 하는데 그 규모가 200억불이 넘는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진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가 누렸던 사소한 생활들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스탠포드대학교를 출퇴근 했던 시간들,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공원인 볼 파크 (Ball park)에 가서 피크닉 (picnic)을 즐겼던 시간들, 아이들과 함께 스탠포드대학교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쳤던 시간들, 로스 알토스 공공도서관에 가서 책 속에 빠져서 지냈던 시간들, 아내와 함께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미국 역사나 문화에 대한 교양강좌를 들었던 시간 등이 그 동안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우리들의 사소한 일상이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누렸던 사치스럽고 행복했던 시간들처럼 느껴진다. 지금 가만히 지난 1년의 삶을 돌이켜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 보다 아이들을 미국 초등학교 (public elementary school)에 보내야 했던 일이 우리들의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를 했다. 낯 선 환경에서 영어도 못하는 아이들이 새롭게 초등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열심히 새로운 학교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을 했고 선생님들과 학교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주어서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을 할 수가 있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미국 공립학교 교육 시스템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획일적인 인재가 아니라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기 위하여 미국 초등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네들은 체험학습과 현장학습을 강조하고 있었고 다양한 교육자료(저널, 잡지, 신문, 책, 등)를 이용하여 교육을 하고 있었다. 도서관 수업을 통하여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함으로서 읽기 교육의 중요성과 책을 고르는 법을 습득하게 해 주었다. 미국 초등학교 교육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정교과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쩌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교육방식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여 교육하는 방식이 안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놀랐던 사실 중에 하나가 미국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하여 많은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나름 아이들을 위하여 학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서 여러 선생님들 및 자원봉사를 하는 학부모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를 할 수가 있었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지역 사회를 위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원봉사 활동을 의무이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선진 시스템은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완성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년간의 일상이 어느덧 꿈처럼 지나버린 지금에 와서 이제는 긴 꿈속에서부터 깨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느낀다. “일장춘몽”이라는 문구가 생각이 난다. 내 인생에 있어서, 그리고 우리 가족의 삶에 있어서 참으로 의미 있고 소중한 꿈을 꾸었던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달콤한 꿈 같은 시간이었기에 그 시간들이 아쉽고 소중하게 느껴지리라. 당장 우리가 지속해 왔던 생활로 돌아온 지금에서는 언제 그런 꿈을 꾸었는가 싶다. 아이들이 보낸 지난 1년의 시간들이 멋지고 소중했던 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억이 되기를 바란다. 먼 훗날 우리 가족이 함께 보냈던 미국에서의 1년이 소중한 인생의 한 페이지로 멋지게 추억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적어본다.


스탠포드 대학교 Main Quad 전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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