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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이종민   편집인: 이배영, 이지원, 김성목 News Letter Vol.26
 26TH Issue (July 2015)
Notice Cellar Atrium

     
내가 만드는 맥주 이야기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유동현

미국의 건국 아버지 중 한 명이자 과학자, 작가, 외교관이었던 Benjamin Franklin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Beer is proof that God loves us and wants us to be happy.’ 저에게도 맥주는 많은 행복한 기억을 준 음료입니다. 특히 제 아내와 가까워 지는 데에는 둘의 맥주에 대한 사랑도 작용을 했습니다. 4-5년 전부터 외국의 다양한 Craft beer (우리 나라에서는 수제 맥주라고 하지요)들이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입 주류에 붙는 각종 세금으로 비싼 가격에 살 수 밖에 없었고, 그때 ‘내가 만들어 마셔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군의관 생활을 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실천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맥주를 집에서 만드는 home brewing은 사실 매우 간단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깡통에 파는 농축액을 끓는 물에 섞은 후 식히고 맥주효모를 넣은 후 발효조에서 2주간 발효(fermentation)시킨 다음, 병입(bottling)해서 탄산화를 하면 완성됩니다(Extract brewing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훨씬 복잡하기도 합니다. 먼저 맥아를 갈아서 당화(mashing)를 시켜 맥즙여과(lautering)를 하고, 맥즙을 끓이면서 홉을 넣은 후(hopping), 발효를 합니다(All-grain brewing). 이 mashing이 온도, pH, 물의 mineral 성분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공간과 장비가 비교적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는 아쉽게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실에 타협하여 액상 맥즙 또는 분말을 물에 타서 끓인 후, hopping 과정부터 하는 방식을 애용하였습니다(Partial mash brewing).
하지만 이것도 얼마든지 variation을 주고 다양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특수 곡물(specialty grain)을 차 우려내듯 맥즙에 담그면(steeping) 맥주의 색이나 풍미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20여 종의 홉을 어떤 조합으로, 몇 분간 끓이는지에 따라 다양한 정도의 쓰기(bitterness), 다양한 풍미와 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특정 strain의 효모에 따라, 발효 온도의 차이에 따라 향과 맛이 바뀝니다. 또한 우리가 맥주순수령으로 알고 있는 맥주의 재료(보리, 홉, 물) 외에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백주를 만들 때 꿀을 사용한다고 했었지요. 하지만 꿀은 일반적인 부재료이고 요즘은 녹차, 오이, 칠리 등 상상하지 못하던 재료를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A·T·R·I·U·M
  미국 얘기가 나와 말씀 드리자면, 미국은 1978년 home brewing이 합법화된 이후로 많은 이들의 취미가 되었습니다. Homebrewing에 관한 서적이 쏟아지고 internet에는 수많은 forum이 있으며 유명 맥주의 recipe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또한 AHA(American Heart Association이 아닌 American Homebrewers Association)라는 단체에서 잡지도 출간하고 homebrewing competition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회에서 성공한 homebrewer가, 또는 동네 사람들게 인기 많은 맥주를 나눠주던 사람이 현재 유수의 brewery를 차린 경우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러한 배경에, 넓은 마당이 있고 비교적 온도가 일정한 basement가 있는 미국 집에서는 맥주 만들기가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제 경험보다는 homebrewing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네요. 저는 사실 10여 batch 밖에 안 만들어본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의사로 말하면 인턴이나 전공의 1년차 수준이겠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성공작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XX bitter라는 맥주 clone도 꽤 괜찮았고, 다량의 홉을 때려 넣은 india pale ale은 제가 생각해도 참 맛있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부재료도 바닐라, 커피, 캬라멜 등을 계획했습니다. 일부는 아직 못해 봤고, 일부는 시도했지만 저의 내공으로는 아직 제대로 된 맥주가 뽑히지 않았습니다.
맥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homebrewing 추천합니다. 인간의 창작의 열망을 채워줍니다. 맥주의 color, bitteness, alcohol 도수 등을 수학 공식으로 계산하며 (계산을 해주는 program이 internet에 많이 있긴 합니다) 맥주를 설계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Partial mashing 방법으로 넉넉하게 잡아 3-4시간 동안 brewing하고 2주 발효시키고 2주 탄산화시키면 맥주가 완성됩니다. (가압기로 강제 탄산화 시키면 2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맥주 종류에 따라 더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마지막으로 또 다른 위인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He was a wise man, who invented beer. (Plato, 428 BC)

* 유동현 선생님은 분당서울대병원 김여군 교수님의 남편입니다. ^^ 홍보이사이신 이배영 교수님의 원고 집필의뢰를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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